우리는 보통 결과로 남은 것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작품, 무대, 프로그램 같은 눈에 보이는 대상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창작자에게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그 결과 이전에 남겨졌던 생각과 메모들입니다.이 글은 창작자가 작업 노트를 왜 남기는지,
그리고 그 기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특정 작가나 작품을 분석하기보다는,
작업 노트라는 형식이 창작 과정에서 가지는 의미를
조금 더 넓은 맥락에서 살펴봅니다.
작업 노트는 무엇을 기록하는가
작업 노트는 완성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문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
확신할 수 없는 선택,
중간에 멈춘 질문들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작업 노트에는
명확한 결론보다 흔들리는 문장이 더 자주 등장합니다.
이 점이 작업 노트를
결과물과 가장 구분 짓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남기는 이유
창작 과정에서는
모든 생각이 바로 언어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어떤 감각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어떤 판단은 나중에야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작업 노트는
그런 미완의 상태를 그대로 남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정리하려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한 기록이 가능해집니다.
결과 중심 기록과 작업 노트의 차이
결과 중심의 기록은
작업이 끝난 뒤에 작성됩니다.
선택의 이유가 정리되고,
흐름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입니다.
반면 작업 노트는
선택이 아직 진행 중일 때 작성됩니다.
그래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거나,
이전의 생각이 나중에 부정되기도 합니다.
작업 노트는 설명이 아니라 흔적에 가깝다
작업 노트를 읽다 보면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어떻게 고민했는지가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이 기록은
관객이나 독자를 위한 설명서라기보다,
창작자 스스로의 흔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공개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업 노트는 언제 가장 많이 쓰일까
작업 노트는
창작이 막히는 순간에 특히 자주 등장합니다.
방향이 분명하지 않을 때,
선택을 미루고 싶을 때,
생각을 잠시 밖으로 꺼내두기 위해 사용됩니다.
글로 적어두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정리해주기도 하지만,
반드시 정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다음 선택으로 넘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버려질 기록이라는 전제
많은 작업 노트는
최종 결과와 함께 공개되지 않습니다.
버려지거나,
개인적인 기록으로만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버려질 수 있음’이라는 전제가
작업 노트를 더 자유롭게 만듭니다.
평가받지 않는다는 조건이
기록의 밀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업 노트를 공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작업 노트를 일부 공개하는 창작자도 늘고 있습니다.
결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때 작업 노트는
작품의 해설서가 아니라,
하나의 참고 지점으로 기능합니다.
관객은 그 기록을 통해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작업 노트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작업 노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해석을 하나로 묶지 않기 때문입니다.
창작자의 생각이 모두 드러나더라도,
관객은 여전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느슨함이
작업 노트를 설명과 구분 짓는 지점입니다.
기록은 남아 있지만,
결론은 열려 있습니다.
기록으로서의 작업 노트
작업 노트는
창작 과정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있었는지,
어디에서 망설였는지를 짐작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작업 노트는
완성을 증명하기보다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창작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과만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연결이
작업 노트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여러 선택이 이어진 흐름으로 창작을 바라보게 됩니다.
창작 과정과 기록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참고하고 싶다면
아래 자료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Creative process 개요
정리하며
작업 노트는
완성된 결과를 보완하기 위한 부록이 아닙니다.
창작이 진행되는 동안 생겨난 생각을
잠시 머물게 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artcenter는
결과보다 그 이전의 과정에 관심을 둡니다.
작업 노트처럼 정리되지 않은 기록이
창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